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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디자인되었다 -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무지개항아리 2025. 3. 29. 19:22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디자인 전략

 

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인류를 대하는 방식이다

어떤 책은 시작보다 다 읽고 난 뒤에 더 오래 남는다.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이 그랬다.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이건 사실 인류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널드 노먼은 말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믿고,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위적'이다.

제도, 규칙, 도시, 거리, 화면 속 인터페이스까지—
결국은 누군가가 만든 것이고,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이 책에서 노먼은 디자인을
기술이나 미학이 아니라 태도와 책임의 문제로 바라본다.

사용자의 편의를 넘어,
인류와 지구 전체를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주장.

읽다 보면,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내 삶과 주변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은 결국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도.

 

(원문에는 ‘artificial’, 즉 ‘인공적/인위적’이라는 표현이 쓰였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다듬으며 ‘인위’라는 단어를 택했다.
그 편이 이 책이 말하는 세계—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로서의 세계—와 더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인공’은 기술적이고 사물 중심의 감각이라면,
‘인위’는 사람의 개입과 선택, 그리고 윤리적 책임이 묻어나는 말이다.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그 설계의 방향과 결과에도 책임이 있다—
노먼이 끝까지 말하고 싶었던 것도 그 지점이 아닐까.)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몰입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인위다

책 속에서 가장 오래 머문 꼭지는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였다.

산업혁명 이후의 기술은 우리를 ‘시간’에 가두었다.
엄격한 출근 시간, 정확한 회의 시간, 효율이라는 이름의 타이머.

그런데 스마트폰과 화상 회의, 팬데믹이라는 조건이 겹치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시간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늦는다고 말할 수 있고, 장소를 바꿀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사람과도 함께 일할 수 있다.

어떤 날은 아이가 회의 화면을 침범하고,
어떤 날은 반려동물이 대화를 끊는다.

그 모든 순간이
기술을 통해 다시 사람을 중심에 놓는 디자인이었다.

물론 여전히 변화할 수 없는 직업, 변할 수 없는 구조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 더 나은 설계, 조금 더 유연한 틈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디자인의 힘이라고, 노먼은 말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디자인이란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더 예쁜 것, 더 편리한 것을 넘어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도널드 노먼은 말한다.
모든 것이 인위적이라면, 그 안에 사람을 담을 책임도 우리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큰 디자인이자, 가장 큰 질문이라는 걸 조용히 일러준다.

다음번에도 기꺼이 꺼내어,
인류를 위한 디자인과 나를 다시 다루어 볼 예정이다.

 

책 모양

  • 저자: 도널드 노먼
  • 출판사: 유엑스리뷰
  • 발행일: 2025년 1월 3일
  • 페이지 수 / 판형 / 가격: 400쪽 / 152×225mm / 33,000원
  • 키워드: 디자인, 디자인실무, 인문교양, 도시공학, 미래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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