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
봄이 오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사계절을 살아낸 물고기의 이야기. 김용택 시인이 쓴 그림책, 『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이다. 이 책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의 기억과 풍경을 엮어낸 책이다.
봄이야. 봄이 왔어. 보리밭을 차고 오르는 종달새 소리가 들리고 밤에는 소쩍새가 울어. 물소리도 달라졌어. 어,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네. 얼음이 풀린 거야.
물고기가, 강이, 그리고 마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김용택 시인이 살던 진메 마을 사람들은 풀을 뜯고, 물고기를 잡고, 나무 아래서 쉬며 살았다. 그 시절 물고기는 식량이었고, 때로는 놀잇감이기도 했다. 강가에 나가 통발 속에 갇힌 물고기들을 쏟아내던 기억, 밤이 되면 바위 속에서 나오는 물고기들을 기다리던 마음. 그 모든 것을 시인은 '참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왜 친구들은 밤이 되면 바위 속에서 나가는 걸까. 참으로 이상하고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어.
그 신기함은 두 겹이다. 하나는 찬사로서의 신기함, 또 하나는 이제는 정말로 신기한 일이 되어버린, 슬픔을 담은 신기함.
공기 오염, 미세먼지, 녹조라떼라는 말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과거에 당연하게 누렸던 자연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인이 사랑했던 섬진강 역시 그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강이 살아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다 믿지는 말라고.
이 책은 단순한 자연 관찰기가 아니다. 사라진 세계를 기억하려는 시인의 마지막 목소리이고, 우리가 다시 봄을 맞으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건네는 문장들이다.
이 책을 작업하며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내 감사했다. 아직은 쉬리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다.
그림을 그린 구서보 작가는 2년간 섬진강을 오가며 생태를 관찰했고, 섬진강의 숨결을 그림으로 눌러 담았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적인 그림책처럼 양장이 아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자연을 담는 이야기에는 자연을 덜 해치는 방식이 어울린다 생각하여 페이퍼백 제본을 선택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아쉬운 마음도 들어야 했다.
강이 들려주는 이야기, 물고기의 시선, 그리고 종이 한 장까지도 섬진강의 흐름처럼 부드럽고 조용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소개한다.
『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은 다시 올 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야 할 풍경에 대한 이야기다.
자연의 말을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고 말하던 시인. 그 시인이 전하는 마지막 계절의 노래.
그 노래를 우리는 아직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아직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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