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항아리 6

생각을 글로 옮기는 훈련 - 《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

생각을 글로 옮기는 훈련 - 《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 글이 막힐 때가 있다.생각은 많은데 한 줄도 꺼내기 힘들다.아무리 고쳐 써도 문장은 흐트러지고, 말하고 싶은 핵심은 뿌옇게 흩어진다.《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은 그런 막막함 앞에서 시작한다.글을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한다.당신의 생각은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가. 저자 아카바 유지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다.그러나 그조차 입사 초기 가장 힘들었던 과제는 글쓰기였다.넘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해 표현할지 몰라 수없이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그 과정을 통해 그는 깨닫는다. 좋은 글은 기술이 아니라 명확한 사고에서 온다는 것을.이 책은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서다.문장을 다듬는 법보다 먼저, 생각의..

책항아리 2025.04.28

글씨가 우습다, 그래도 쓰고 싶다

글씨가 우습다, 그래도 쓰고 싶다— 손글씨 교정 노트, 작고 단단한 한 권 이야기가끔 노트에 생각을 적는다.그때는 그게 나를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보면, 글씨 모양이 조금 우습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 형태가 마음에 걸린다. 마치 내 말이 맞는 옷을 못 입은 것처럼.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글씨를 교정해볼까?’아주 잘 쓰고 싶은 건 아니다.내가 쓴 글이 내용을 빛나게 하면 좋겠고,한 페이지를 넘길 때 내가 나를 더 잘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랄까.손글씨를 교정하고 싶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단단하다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씨는 목소리 같기도 하고, 자세 같기도 하다.그래서 이왕이면 단정하게, 내 말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담고 싶다. 그런 마음에..

책항아리 2025.04.16

정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Equality: What It Means and Why It Matters 그리고 지금 여기의 질문 요즘처럼 ‘정의’라는 단어가 쉽게 오가는 시대도 드물다. 정치권의 발언, 거리의 피켓, 플랫폼 안의 댓글과 캠페인까지—‘정의’는 마치 모두의 동의를 얻은 언어처럼 자주 호출된다. 하지만 그런 말일수록 더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정의’는 도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 질문의 출발점에 놓여 있다. 이 책은 단지 정의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정의를 둘러싼 철학적 질문과 현실 정치의 틈을 비추는 철학자의 안내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더불어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묻는다.정의는 중립적인..

책항아리 2025.04.11

봄이야! 봄이 왔어! 『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

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봄이 오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사계절을 살아낸 물고기의 이야기. 김용택 시인이 쓴 그림책, 『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이다. 이 책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의 기억과 풍경을 엮어낸 책이다. 봄이야. 봄이 왔어. 보리밭을 차고 오르는 종달새 소리가 들리고 밤에는 소쩍새가 울어. 물소리도 달라졌어. 어,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네. 얼음이 풀린 거야.물고기가, 강이, 그리고 마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김용택 시인이 살던 진메 마을 사람들은 풀을 뜯고, 물고기를 잡고, 나무 아래서 쉬며 살았다. 그 시절 물고기는 식량이었고, 때로는 놀잇감이기도 했다. 강가에 나가 통발 속에 갇힌 물고기들을 쏟아내던 기억, 밤이 되면 바위 ..

책항아리 2025.04.03

기억을 쌓는 일처럼 –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과거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오래된 것의 현재성을 끌어안는 일이다.『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은 그걸 ‘건축’으로 말한다.이 책은 연대나 사조보다 시선과 경험을 먼저 펼쳐 보이는 건축사 수업이다. 로마와 비로마 이 단순한 구분으로 저자는 유럽 건축사의 복잡한 흐름을 정리해낸다.질서와 균형을 상징하는 로마,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 탈피, 재해석으로 이어지는 비로마의 건축들.이 두 축이 책의 흐름을 관통한다.책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은 단지 건물의 양식이 아니라사람들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저자 양진석은 건축을 “인간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쌓인 결과”로 바라본다.그래서 고딕이나 르네상스라는 이름보다,그 건물이 놓인 시간과 공간, 시대가 가진 ..

책항아리 2025.04.01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디자인되었다 -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디자인 전략 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인류를 대하는 방식이다어떤 책은 시작보다 다 읽고 난 뒤에 더 오래 남는다.『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이 그랬다.디자인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읽다 보니 이건 사실 인류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도널드 노먼은 말한다.우리가 경험하고, 믿고,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은'자연'이 아니라 '인위적'이다.제도, 규칙, 도시, 거리, 화면 속 인터페이스까지—결국은 누군가가 만든 것이고,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이 책에서 노먼은 디자인을기술이나 미학이 아니라 태도와 책임의 문제로 바라본다.사용자의 편의를 넘어,인류와 지구 전체를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주..

책항아리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