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글, 그 출발점은 문장이 아니라 생각이다
요즘 부쩍 눈에 자주 띄는 키워드 중 하나가 있다.
바로 ‘맥킨지식 글쓰기’다.
맥킨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그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그들이 글쓰기를 다룬다’는 얘기조차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최근 한 논리적 글쓰기 책을 편집하면서,
‘맥킨지식 글쓰기’라는 표현을 접하게 되었다.
글을 구조화하고, 핵심부터 전달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었기에 인상 깊었다.
문장이 어색한 건, 생각이 흐트러졌다는 신호다
문장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그 원인은 문장 자체보다
글쓴이의 생각 정리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할 문장 구조의 원칙이 있다.
문장이 이해되기 어려운 건, 대개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문장의 기본은 ‘주어 하나에 서술어 하나’를 원칙으로 한다.
필요한 주어가 생략되면, 독자는 서술어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편집 작업 중 만났던 여러 문장들 속에는
겉보기에 문제없지만, 구조적으로 어색한 문장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프로젝트 결정권은 팀장이다.
문법적으로도 어색하지만,
무엇보다 논리적 호응이 맞지 않는다.
‘결정권’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팀장이다’와 연결될 수 없다.
고친 문장:
→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사람은 팀장이다.
또 이런 문장도 있다.
평소 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타로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깨달았다.
얼핏 보면 자연스럽지만,
시간 순서와 인과관계가 흐트러져 있어서 문장의 힘이 약하다.
고친 문장:
→ 대타로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평소 훈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중복과 모호함은 글의 흐름을 끊는다
자주 쓰이는 표현 중, 의미가 겹치거나 애매한 표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리 사전 준비하다”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치면 이렇게 바뀐다:
“미리 사전 준비하다” → 준비하다 (의미 중복 제거)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 훨씬 좋아질 수 있다 (명확한 판단어 사용)
“그런데도 불구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런데도 (중복 접속어 제거)
이런 정리는 문장을 예쁘게 다듬기 위한 게 아니라,
의미 전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쓰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글을 쓸 때마다 늘 ‘이게 맞나?’를 묻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가는 출발점은 같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생각이 정리되어 있어야, 문장도 매끄럽게 흐른다.
나는 여전히 글을 배우는 중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방식이
일상적인 글쓰기나 블로그 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나눠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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