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쓰는일 3

생각을 글로 옮기는 훈련 - 《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

생각을 글로 옮기는 훈련 - 《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 글이 막힐 때가 있다.생각은 많은데 한 줄도 꺼내기 힘들다.아무리 고쳐 써도 문장은 흐트러지고, 말하고 싶은 핵심은 뿌옇게 흩어진다.《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은 그런 막막함 앞에서 시작한다.글을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한다.당신의 생각은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가. 저자 아카바 유지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다.그러나 그조차 입사 초기 가장 힘들었던 과제는 글쓰기였다.넘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해 표현할지 몰라 수없이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그 과정을 통해 그는 깨닫는다. 좋은 글은 기술이 아니라 명확한 사고에서 온다는 것을.이 책은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서다.문장을 다듬는 법보다 먼저, 생각의..

책항아리 2025.04.28

글도 김치도 익혀야 맛이다 -김장형 퇴고

원고를 만지는 일을 하다 보면, 잘 안 풀리는 날이 사실상 매일이다.뭘 하나 붙잡고 있으면, 마음에 안 들어 이렇게저렇게 고쳐본다.그러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거리가 먼 문장이 되어버린다.쓰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고치는 건 늘 어렵다.그런데 이번엔 문득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초벌 수정한 다음에 묵혀야겠다.” 이른바 ‘김장형 퇴고’다. 김장형 퇴고란 무지개항아리 에디터가 주창했다.(사실 이전에 누가 말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내가 주창한 걸로 한다.)여기서 중요한 건 글을 쓰고, 바로 먹지 않는다는 것.김장을 하듯,한 번 써두고 묵혀둔다.땅을 파고 항아리를 묻고, 그 안에 고이 넣어둔다.그리고 한참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슬쩍, 항아리 뚜껑을 연다.시간을 두고 숙성시키고,온도를 맞춰가며 다시 꺼내보는..

읽고 쓰는 일 2025.04.09

까만 타이츠와 부서진 다리

『붉은 연의 소원』(Plum Puddings & Paper Moons)은 내가 『내 동생, 티시킨』에 이어 번역 중인 실크 가족 이야기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에도 시작은 작고 고요한 상실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리핀과 스칼렛, 그리고 레일라가 건초 더미 속에서 소원을 비는 장면을 번역하다가 멈춰 서게 되었다.열다섯 살이 된 스칼렛은 할머니의 말이 이루어질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까만 타이츠와 부서진 다리(bridge)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문장을 나는 한참 붙들고 있었다. 검정 타이츠와 부서진 다리. 아무 상관없는 두 사물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원문은 이렇다:She didn’t know what she could do with..

읽고 쓰는 일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