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만지는 일을 하다 보면, 잘 안 풀리는 날이 사실상 매일이다.뭘 하나 붙잡고 있으면, 마음에 안 들어 이렇게저렇게 고쳐본다.그러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거리가 먼 문장이 되어버린다.쓰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고치는 건 늘 어렵다.그런데 이번엔 문득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초벌 수정한 다음에 묵혀야겠다.” 이른바 ‘김장형 퇴고’다. 김장형 퇴고란 무지개항아리 에디터가 주창했다.(사실 이전에 누가 말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내가 주창한 걸로 한다.)여기서 중요한 건 글을 쓰고, 바로 먹지 않는다는 것.김장을 하듯,한 번 써두고 묵혀둔다.땅을 파고 항아리를 묻고, 그 안에 고이 넣어둔다.그리고 한참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슬쩍, 항아리 뚜껑을 연다.시간을 두고 숙성시키고,온도를 맞춰가며 다시 꺼내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