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쌓는 일처럼 –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과거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것의 현재성을 끌어안는 일이다.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은 그걸 ‘건축’으로 말한다.
이 책은 연대나 사조보다 시선과 경험을 먼저 펼쳐 보이는 건축사 수업이다.
로마와 비로마
이 단순한 구분으로 저자는 유럽 건축사의 복잡한 흐름을 정리해낸다.
질서와 균형을 상징하는 로마,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 탈피, 재해석으로 이어지는 비로마의 건축들.
이 두 축이 책의 흐름을 관통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은 단지 건물의 양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저자 양진석은 건축을 “인간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쌓인 결과”로 바라본다.
그래서 고딕이나 르네상스라는 이름보다,
그 건물이 놓인 시간과 공간, 시대가 가진 긴장감이 먼저 다가온다.
책을 읽는 동안 **“왜 이렇게 지었을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라는 질문이 자꾸 떠올랐다.
역사 속 건축이, 지금 이 도시에 있는 집이나 거리와 이어져 있다는 감각도 남는다.
건축 이야기를 듣는 일이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다는 게 조금은 놀라웠다.
“건축이 시간의 언어라면,
그 시간은 누군가의 기억이고, 누군가의 몸이고,
어떤 시대의 삶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유럽 여행이 아니라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마음이 멀어진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 하나 앞에 멈춰 설 때,
그 안에 누가 살았을지,
어떤 계절이 흐르고 있었을지
잠깐이라도 상상하게 된다.
책 모양
- 저자: 양진석
- 출판사: 와이즈베리
- 발행일: 2025년 4월 7일
- 페이지 수 / 판형 / 가격: 320쪽 / 150×210mm / 22,000원
- 키워드: 건축사, 유럽, 인문교양, 건축일반

책을 읽고 남은 것들. 책 서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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